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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엔리코 라바 & 조 로바노 [Roma]  
제목 [리뷰] 엔리코 라바 & 조 로바노 [Roma]   2019-09-30

김민주


‘즉흥’과 ‘자유’에 관한 두 관악기 거장들의 대화


이탈리아의 거장 트럼페터와 미국의 거장 색소포니스트의 역사적인 만남, 엔리코 라바와 조 로바노의 협연이 성사됐다. 현대 재즈의 영토 위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소리를 문신처럼 새겨 온 두 백발의 관악기 장인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새로운 소리를 새긴 것이다. 올해 9월 ECM에서 발매되는 앨범 [Roma]는 2018년 11월 로마의 오디토리움 파르코 델라 뮤지카에서 이루어진 이 소중한 순간을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둘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로를 주목했다. 엔리코 라바는 조 로바노가 재즈의 전통을 진지하게 계승하면서도 자기검열 없이 미래로 나아가려는 태도를 가진 점에 동질감을 느꼈고, 조 로바노는 1970년대 엔리코 라바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의 개방적인 자세와 열정에 진작 감명한 상태였다. 물론 20년도 더 전에 미로슬라브 비투스와 토니 옥슬리 등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했던 무대에 함께 오른 적도 있었다지만, 이렇게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고 있는 두 뮤지션이 함께 연주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실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니 조금 놀라운 일이다. 둘의 활동 시기가 겹치는 시간을 헤아려 보면 더욱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즈계는 ‘처음’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흥분한 듯 구는데, 이순(耳順)과 종심(從心)의 경지에 오른 두 거장은 이 만남의 기쁨을 여유롭게 즐기는 것 같다. 조 로바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우리가 결국 함께 연주하게 될 것이라는 걸.”


리듬 섹션의 면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피아니스트 조반니 구이디다. 최근 발매한 [Avec Le Temps](ECM/2019)로 특유의 서정성을 드러내며 주목받고 있는 그는 엔리코 라바가 이끈 프로젝트 ‘라바 언더 트웬티원(Rava Under 21)’에서 발탁되어 그룹 ‘라바 뉴 제너레이션(Rava New Generation)’으로 활동했던 제자 중 한 명이다. 드럼과 베이스 역시 조반니 구이디와의 인연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제럴드 클리버는 [Ida Lupino](ECM/2016)를 비롯한 여러 앨범에서, 데즈론 더글라스는 파브리치오 보소 퀸텟에서 각각 구이디와 합을 맞춰 온 뮤지션들이다.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다섯 트랙의 레퍼토리는 단순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앞의 두 곡은 엔리코 라바의 오리지널곡이고, 그 뒤에 실린 두 곡은 조 로바노의 오리지널곡이며, 마지막은 세 개의 곡이 연결된 메들리 트랙이다. 하지만 곡마다 10여 분씩, 길게는 20여 분 동안 이어지는 긴 러닝타임의 곡들에서 두 밴드 리더와 리듬 섹션의 연주는 절대 단순하지 않은 정교한 기술과 깊이 있는 음악적 통찰로 청중을 감동시킨다.




앨범 전체를 묵직하게 관통하는 키워드는 ‘즉흥’과 ‘자유’다. 이는 두 뮤지션이 선정한 곡들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먼저 엔리코 라바는 모두 즉흥연주하기에 좋다는 점에서 [Enrico’s New York Days](ECM/2019)의 수록곡 ‘Interiors’와 [The Words And The Days](ECM/2007)의 수록곡 ‘Secrets’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선정 기준은 오랜 시간 품격 있는 즉흥연주 문화를 만들어 온 조 로바노와 함께 진정한 즉흥연주가 무엇인지를 선보이고 싶다는 엔리코 라바의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 마음에 완벽히 동의하는 듯, 조 로바노 역시 놀라운 집중력으로 엔리코 라바와의 음악적 대화에 몰입하여 인상적인 즉흥 솔로 연주를 펼쳐낸다.


이어지는 조 로바노의 오리지널곡들 역시 연주의 자유도를 기준으로 선정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From The Soul](Blue Note/1992)의 수록곡 ‘Fort Worth’는 재즈 역사상 가장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오넷 콜맨과 듀이 레드맨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드러낸 24마디 텍사스 블루스곡이고, ‘Divine Timing’은 평소 연주자들 간의 인터플레이에서 신성한 타이밍을 강조해 온 조 로바노의 음악 철학을 바탕으로 이번 앙상블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곡이다.


조 로바노의 ‘Drum Song’, 존 콜트레인의 ‘Spiritual’, 스탠더드 넘버 ‘Over The Rainbow’가 메들리로 연결된 마지막 트랙은 축제의 끝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처럼 두 거장의 만남을 장식한다. 조 로바노가 종종 선보이는 헝가리의 전통 악기 타로가토 연주도 이 트랙에서 감상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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