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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8 국내 재즈 앨범  
제목 [기획] 2018 국내 재즈 앨범   2019-02-07


2018년 한해에도 국내 재즈 씬에는 적지 않은 앨범들이 발매되었다. 도드라진 점은 해외 레이블에서 발매된 국내 재즈 아티스트의 활발한 리더작 발표, 앨범에 담긴 뚜렷한 메시지와 콘셉트, 그리고 여성 리더들의 활약이었다. 여러 면에서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국내 재즈 앨범 10장을 소개한다. 본 리스트는 월간 <재즈피플> 편집진, 필진을 비롯해 외부 재즈 전문가들의 추천을 합쳐서 선정했다. 덧붙여, 10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많은 득표를 받은 앨범 10장을 순위대로 소개한다. 이 20장의 앨범은 2018년 재즈 씬을 정리하며 반드시 들어봐야 할 작품들이다.  




1. 서수진 [Strange Liberation]


"약속된 자유로서의 전통을 이어가다"



재즈는 대중음악 장르로는 거의 유일하게 전통에 대한 순수한 갈망과 역동적인 미래 지향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역설적인 음악이다. 그중에서도 프리 재즈는 역사적으로 자유 이념에의 추구와 형식미로의 회귀를 오가는 부침을 겪었다. 이 같은 모순성을 두고 프리 재즈가 실패했다고 결론 지은 이도 있었다. 하지만 수잔 랭어(Susanne Langer)는 상징주의 미학을 주창함으로써 자유의 경험과 감정에 대한 상징적 현시로서 프리 재즈의 의미와 가능성을 열어두게 되었다.


드러머 서수진은 리더 데뷔작인 지난 1집 [The Moon In Your Hands]을 통해 특유의 섬세하고 정교한 연주는 물론, 소설에 대한 감상 위에 새로운 낭만 덧입히는 준수한 작곡 능력을 선보인 바 있다. 이후 3년 만의 정규 앨범으로 내놓은 이번 [Strange Liberation]은 전작의 감성이나 구상적 면모와 다르게 보다 상징적이고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음악과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른바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담아 프리 재즈의 기원과 가치를 더듬는 것.


보도자료의 언어를 빌리자면, 이 앨범은 ‘개인의 자유가 중시’되는 시대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막상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자유의 모순적 폭력의 모습을 보이는 담고 있다. 그 말대로라면 [Strange Liberation]은 이상(理想)의 추구가 아닌 곧 이상(異相)의 현시다. 실제로 과감한 쿼텟 구성부터 앨범의 주제 관철을 위한 나름의 의지가 엿보인다. 피아노, 기타 같은 화성 악기를 배제한 채 두 대의 색소폰이 마음껏 뛰어놀도록 넉넉한 판을 마련했다. 고단열과 이선재의 색소폰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적극적으로 전면에서 나서며 각기 공격적이고 화려한 솔로잉을 펼친다.


그러나 듣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앨범은 최초의 선언과 달리 조화롭고 이상적인 자유의 모양새를 띤다. 두 색소폰의 연주는 그 치열함 속에서도 교착이나 공황 없이 유연한 인터플레이를 이어가고, 드러머 서수진은 리더로서 리듬 섹션의 역할 또한 간과하지 않는다. 별도의 반주 악기가 없는 만큼 김영후의 베이스는 후면에서 누구보다 부지런히 음들을 짚어내고, 드럼은 공간의 여백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단순한 리듬 진행 이상의 열정적인 합을 조율한다. 앨범의 어떤 트랙이든 악기들의 돋보이는 솔로 뒤로 충분히 계산된 합주가 뒤따른다.


극단적인 아방가르드를 지향한 것이 아니라면, 본 앨범이 담고자 했던 것이 단순한 자유 이면의 그림자로서의 ‘모순’이나 ‘방종’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이르면 결국 타이틀의 방점은 ‘이상한’(Strange)’이 아닌 ‘해방’(Liberation)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나친 정격과 보수적인 면모를 타파하는 ‘약속된 자유’로서의 프리 재즈와 포스트밥의 전통을 훌륭히 실천하는 것, 곧 방임적 자유의 관점에서 이상한 것이 이상적인 자유와 해방에 이르는 길임을 [Strange Liberation]은 드러낸다.


오늘의 재즈는 여전히 내일을 향해 간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많은 재즈인은 앞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과감히 어제를 들여다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앨범이 들려준 자유의 상징 속에 조화가 들어있고, 서수진이 들여다본 전통 어법 속에 신선한 모범이 있었듯이, 진리는 원래 모순을 통해 드러나는 법이다. _ 정병욱




2. 이선지 [Song Of April]


"4월을 기억하며, 4월을 기다리며, 혹은 4월을 각오하며"



올해는 유독 가사를 통해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라이너노트나 제목을 통해 일차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 많이 보였다. 그러한 작품이 매력 있었던 것은 단순히 그 의미만을 내세우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제목이 지닌 단어나 뜻이 연주를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이선지의 앨범 [Song Of April]은 그러한 작품 중에서도 가장 따뜻하면서도 뚜렷한 의미를 담은 작품이었다.


알고 보면 많은 맥락을 담고 있지만, 텍스트가 없는 연주곡이 서사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맞이하는 작품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는 제목과 곡의 전개만으로도 이 앨범이 어떤 감정,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Silent Affair’(고요한 사건)이라는 제목의 곡, 그리고 ‘4월의 노래’라는 모음곡은 모두가 알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러한 주제 의식을 꺼내는 데에는 곡의 모습, 그리고 연주가 큰 역할을 한다. ‘Song Of April 1’의 마지막이 ‘Dear Winter’로 이어지고, ‘Dear Winter’의 마지막이 ‘Song Of April 2’로 이어지는 곡의 짜임새가 듣는 이를 생각하게 만든다면, 독주를 포함한 연주와 전개는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Blues For Spring’은 ‘Song Of Bird’(새의 노래) 모음곡과 ‘Song Of April’(4월의 노래) 모음곡 사이에서 더 많이 느낄 여지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두 모음곡의 설득력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세상 모든 봄이 행복할 리 없으며, 봄이라는 계절이 지닌 이미지는 밝고 따뜻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여기에 ‘새야 새야’로 시작하는 모음곡 ‘Song Of Bird’는 오히려 텍스트가 없는 연주곡이기에 더 많은 서사를 연상할 수 있다. ‘새야 새야’라는 테마는 이 작품에서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분석의 여지없이 청자가 마음을 내주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Song Of Light’는 앞서 들은 곡에서 떠올린 수많은 것들과 일방적으로 화해하려는 순진함이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을 들은 뒤 청자는 이 앨범과 앨범을 들으며 떠올렸던 것과 크고 작은 사회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더 많은 무언가를 공감해야 한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그간 이선지라는 음악가는 앨범을 통해 뚜렷한 이미지를 선보였고, 그 안에 담긴 오브제를 통해 사회적인 의미까지 풀어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그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인상을 주며, 그만큼 더 아름답다. 연주는 연주 자체로도 아름다우며, 그래서 더욱 밀도 있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에서는 메시지와 아름다움 역시 별개의 것이 아니다. 새 생명이 만개하는 아름다움이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춥고 힘겨운, 혹은 그런 기억이 떠오르는 달이다. [Song Of April]은 그러한 4월을 담았다.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_ 박준우




3. 송영주 [Late Fall]


"연주자와 감상자가 함께 나눈 달콤한 멜랑콜리"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자 : 하이델베르크>에서 불문학자 김화영의 말을 빌려 ‘한번 간 곳을 또 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라고 이야기한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걸 볼 수 있어서가 아니다. 산천은 의구한데 오는 ‘나’만 바뀌어 있다는 것, 내가 늙어간다는 것, 그런 달콤한 멜랑콜리에 젖어 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시 가는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조라는 뜻일 것이다.’


피아니스트 송영주는 2015년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Reflection]을 발표했다. ‘Sweet Rain’, ‘Tale Of A City’, ‘Journey’ 등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곡을 트롬보니스트 앨런 피버가 편곡한 것으로, 그녀가 발표한 앨범 가운데 편성이 가장 큰 셉텟(7중주)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선보인 [Late Fall]은 송영주가 2017년 12월 22일 JCC아트센터에서 펼친 솔로 피아노 라이브 앨범이다. 신곡 ‘Reminiscence’를 포함해 그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8곡으로 채워졌다.


세트리스트는 데뷔작 [Turning Point](2005)의 첫 번째 곡인 ‘Prelude’,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다시 유학을 떠난 [Love Never Fails](2009)의 ‘Love Never Fails’, 7년마다 반복된 유학생활과 한국생활을 그린 ‘Seven Years’ 등으로 구성됐고, 신실한 믿음을 담은 ‘His Love’가 마지막 곡으로 연주됐다. 데뷔 때부터 송영주를 보아온 나는 앨범을 들으며 그녀와 나눈 이야기들, 그녀가 보낸 시간들을 떠올렸다. 새로 쓴 ‘Reminiscence’가 추억 또는 회상을 뜻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은 감정을 느낀 것 같다. 김영하가 말한 달콤한 멜랑콜리.  


녹음을 염두에 두고 홀로 피아노 앞에 앉은 송영주는 상당한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긴장과 두려움, 머릿속을 스치는 시간과 기억이 첫 음에 실린다. 하지만 연주가 진행되면서 그 감정은 음악 속에 녹아들고 그녀 특유의 신중하고 아름다운 서사가 펼쳐진다. 솔로 피아노라는 편성 역시 송영주의 내적인 감수성과 충만함을 잘 드러낸다. 무엇보다 [Late Fall]은 앨범 자체로, 라이브가 주는 긴장과 이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박수와 소음을 배제해 최대한 음악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공연장의 관객처럼 ‘Song In My Heart’가 끝난 후에야 참았던 숨과 함께 박수를 칠 수 있었다.


앨범이 나온 후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18에서 그녀의 무대를 보았다. 앨범에 비해 여유롭고 편안했다. 그리고 10월의 어느 저물녘 듣는 ‘Late Fall’은 따뜻하게 나의 현재를 위로해주었다.   

<재즈피플>이 선정한 ‘2018 국내 재즈 앨범’에서 송영주는 리더로서 연장자에 속한다. 재즈 씬에서 젊은 연주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주목받는 건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믿고 듣는 앨범을 발표하는 중견 연주자가 존재하고 그들이 뛰어난 음악적 성과를 보여줄 때, 재즈 팬으로서 기쁨 이상의 보람을 느낀다. _ 안민용




4. 손성제, 정수욱, 김율희, 서수진 [Near East Quartet]


"2018년 수많은 한국의 크로스오버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취"



니어 이스트 쿼텟(이하 NEQ)의 3번째 정규 앨범이자, ECM에서의 데뷔 앨범이다. 네 명의 멤버와 타악기 연주자 최소리의 협연으로 만든 이번 앨범에는 2집과 마찬가지로 소리꾼 김율희가 참여했는데, 앨범을 녹음한 후 개인 사정으로 팀 활동을 중단했다.


니어 이스트 쿼텟은 2010년 데뷔 때부터 일관되게 한국적인 음악의 정체성을 찾고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한국적이라는 특징 자체가 모호해진 21세기에 NEQ는 그럼에도 한국만의 차이를 발견하고 부각시키기 위해 한국 전통음악에 담긴 어법과 정서에 주목했다. 흔히 국악이라고 부르는 정악과 민속악의 어법에 깃든 방법론과 정서를 재즈의 언어와 악기로 재현하고 변주하면서 전통 타악과 소리를 함께 활용했다. NEQ는 특히 한국 전통음악의 농염한 사이키델릭과 질박한 민속성, 영롱한 영성에 집중해 현실에서 싹튼 음악이 무의식으로 확장하는 진경을 재현해내곤 했다. 그 순간마다 NEQ의 음악은 국경과 시대를 유영하며 현대 재즈와 한국 전통음악 사이에 똬리를 틀었다. 일렉트릭 기타와 색소폰이 한국 전통음악의 정조와 멜로디, 장단을 바탕으로 뿌옇게 흐린 소리를 뒤덮을 때, 그리고 드럼과 소리가 소리의 유랑을 더욱 정처 없게 만들 때마다 NEQ의 음악은 긴장과 평화를 모두 품었다.


이번 앨범에서 NEQ는 더욱 낮고 깊게 포복한다. 첫 번째 곡 ‘Ehwa’에서부터 마지막 곡 ‘Jinyang’까지 곡의 길이는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곡의 밀도는 더 섬세하고 자욱하다. 대개의 음악이 어떤 정서를 표출하고, 그 정서가 싹튼 상황을 재현하며, 그 상황을 만들고 감당하는 인간과 세상을 담아낸다고 할 때 NEQ는 옛 노래 안팎에 담긴 정서의 기저로 곧바로 진입해 오래 머문다. 태풍의 눈 같은 곡의 세계 중심에는 빽빽하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정서가 있다. NEQ는 그곳에서 마음이 움직이는 흐름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느리게 뒤따라간다. 그리움과 슬픔과 한의 정서가 흐르는 공간에서는 눈물을 흘리거나 통곡하지 않아도 애달프고 구슬프며 먹먹하다.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고 감당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부러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옮기는 음악은 전통음악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 깨우치게 한다. 장단과 멜로디와 연주가 옮기려 한마음, 그리고 그 마음으로 넘어서려 한마음을 NEQ가 고스란히 담은 덕분이다.


한국 전통음악에 기반을 둔 크로스오버 음악을 할 때 전통음악의 언어와 방법론을 그대로 옮기거나 가벼이 털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전자의 음악에는 새로움이 없고, 후자의 경우에는 전통이 없다. NEQ는 한국 전통음악의 언어와 방법론을 버리지 않고,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되 자신들의 연주로 더 또렷한 그림자를 그려 원래 있던 정서와 전통을 되살리면서 원래의 빛깔과 향기가 도드라지게 만든다. 물론 NEQ가 만드는 사운드스케이프와 정서가 한국 전통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누구도 한국 전통음악의 모든 정서를 다 재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NEQ는 자신만의 사운드로 더 아름답고 아득한 세계를 창출했다. 일장춘몽 같은 삶, 봄꿈 같은 음악에 눈물 자국을 숨기기 어렵다. 2018년 수많은 한국의 크로스오버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취. _ 서정민갑




5. 정수민 [Neoliberalism]


"베이스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사회적 메시지"



이 앨범은 앨범에 국한된 영역이 아닌 작품이 추구하는 주제를 여러 현장에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취지가 먼저 돋보인다. 음악이 지닌 힘의 영역은 무한하다. 이는 음악을 구성하고 행하는 이들이 인간이라는 점에서 대비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특정 시기 동안 재즈는 흑인들의 인권운동과 함께 하는 등 사회 참여적인 활약을 적잖게 진행시켜 나왔다. 1930년 미국 남부 지역에서 백인이 가한 린치로 2명의 흑인이 사망한 사건에 충격을 받아 쓰이고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Strange Fruit’와 1963년 백인에 의해 4명의 흑인 어린이가 희생당한 폭파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존 콜트레인이 발표한 ‘Alabama’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정수민의 앨범 [Neoliberalism]이 전하는 메시지는 음악이 지닌 무한한 힘에 대한 신뢰를 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정수민은 자신이 20대 초반부터 관심을 갖던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음악에 연결시키려는 시도에 집중했다. 또한 정수민은 앨범에 국한된 음악 활동이 아닌 자신이 들려주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서촌 궁중족발과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서 연주를 실현했고, 선후배 뮤지션들과 연대를 지속해 나왔다. 때문에 정수민의 [Neoliberalism]은 음악이 품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정서 속에 전하고자 하는 담론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고 볼 수 있다.


[Neoliberalism]은 정수민의 베이스를 중심으로 박정환의 드럼과 이선지의 피아노가 함께하며 완성되었다. 앨범의 제목이자 전체적인 구성의 중심을 이루는 ‘Neoliberalism’는 ‘재즈의 선율에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는 정수민의 제작 취지와 맞물린다. 굳이 신자유주의라는 해석을 대입시키거나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이 앨범은 수려한 연주의 깊이와 전개라는 측면에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재즈라는 장르가 지닌 격과 다소 다른 느낌을 풍기는 앨범의 재킷 이미지는 물론 연작으로 구성된 ‘Neoliberalism’과 구룡마을을 지칭하는 ‘강남 478’은 제목을 통해 메시지가 먼저 전달되는 측면까지 보여준다. 특히 ‘강남 478’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인권운동가였던 니나 시몬이 1964년에 발표한 ‘Mississippi Goddamn’과 음악적 궤적을 같이하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정수민은 고등학교 시절 ‘소금은 맛은 느껴지지만 음식 속에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처럼 이번 앨범 속 자신의 음악에 상징적인 요소들을 녹여냈다. 사회 참여적인 의미를 지닌 5곡의 트랙 속에 담긴 제목은 물론 그 안에서 깊은 호흡을 토하고 있는 연주는 음악이 지닌 무한한 힘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고도 남는다. [Neoliberalism]은 질주하는 듯 연주의 맥이 정점을 찍는 ‘Sociallism 2’의 후반부처럼 연출하고자 하는 정서의 대립 역시 오묘하게 뒤섞인 매혹적인 작품이다. _ 고종석




6. 남유선 [Strange, But Beautiful You]


"음과 호흡, 리듬과 사운드에 응축한 단단한 서정과 서사"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니 이야기를 펼친다. 재즈 색소포니스트 남유선의 두 번째 앨범 [Strange, But Beautiful You]는 남유선의 이야기집이다. 남유선은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앨범의 첫 곡 ‘The Woman In The Wood’에서 싱어송라이터 도재명이 읽은 내레이션부터 이 앨범이 자신의 이야기집임을 분명히 한다. 그 이야기는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당신의 이야기이고,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당신을 만난 나의 이야기이다. ‘The Rain In The Summer’, ‘Today Is A Good Day’, ‘Rock Star, Miles’ 등으로 이어지는 곡들은 연주자이며 창작자인 남유선이 자신의 삶에 깃들였던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과 그 순간의 이야기이다.


남유선의 삶을 알지 못하거나 공연에서 곡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곡을 이해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거의 모든 수록곡에서 남유선은 낯설지 않은, 그리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곡 ‘Epilogue’에서부터 남유선이 자신의 색소폰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선명하고 매끄러우며 단단하다. 단단한 멜로디의 중심에 오진원의 기타가 붙고, 윤지희의 피아노와 신시사이저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더 풍부해진다. ‘달빛이 깊은 숲속’이나 ‘숨겨져 있던 호숫가’처럼 아직 보지 못했어도 눈에 보일 듯 명료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송라이팅은 남유선 자신의 힘 있는 연주와 함께 팽팽해진다. 곡이 무엇을 말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고, 에둘러 가지 않는 연주는 직진한다. 명쾌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곡의 작법과 풍부함은 남유선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보편적일 수 있는 편안함이 있는 ‘The Rain In The Summer’ 같은 곡이 여유롭고 내밀하다면, ‘Your Sense Of Humor’는 경쾌한데, 기타와 피아노를 주축으로 하는 연주는 계속 색소폰 연주의 이야기에 균형을 잃지 않고 살을 붙여준다. 그래서 들으면 들을수록 연주의 맛을 느끼게 한다. 제목으로 가리키는 방향과 실제 연주가 구현해내는 서사의 방향 사이에서 오가며 귀 기울여보면 남유선이 얼마나 튼실한 이야기꾼인지 안다. 자신의 이야기를 던지고, 그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뮤지션,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푸는 능력과 감각으로 감탄하게 하는 음악이 바로 좋은 음악의 조건이다. ‘Rock Star, Miles’에서 남유선과 다른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풍성한 연주 앞에서 어떤 이견이 필요할까. 남유선의 두 번째 앨범은 매끄러워 자연스러우며 매혹적인 순간들의 집합이다. 음과 호흡, 리듬과 사운드에 응축한 단단한 서정과 서사의 일치는 들을 때마다 아름답다. 이호도 작가의 사진으로 만든 앨범은 눈으로 듣는 즐거움까지 쏠쏠하다. 지난 2018년 한국 재즈를 책임진 여성 뮤지션들의 이름 속에 남유선의 이름이 반짝인다. 그 빛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 _ 서정민갑




7. 정수 최 타이니 오케스터 [Tschuss Jazz Era]


"재즈에 대한 작별 혹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선언"



유럽에서 오랜 기간 작곡가로 활동해온 최정수의 앨범이다. 지난 2011년 영국에서 정수 최 뉴 재즈 오케스트라(Jungsu Choi New Jazz Orchestra)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재즈라는 장르를 가지고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활동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외국인이 국악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과도 같다. 그런 면에서 최정수는 유럽에서 지난 10여 년간 꽤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유럽의 여러 빅밴드가 그의 작품을 연주하고 있고, 마이클 깁스 오케스트라의 마이클 깁스로부터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발표된 이 앨범 역시, 음악업계의 BBC를 자처하는 뮤직뉴스(Music-News.com)로부터 ‘빅밴드를 새롭게 재탄생 시켰다, 놀랍다(Incredible)’라는 평과 함께 별 다섯 개의 평점을 받기도 했다. 현재 네덜란드의 에이전시와 계약이 되어 앞으로 유럽에서 더 많은 활동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타이니 오케스터(Tiny Orkester)라는 말은 말 그대로 서로 반대되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오케스트라라는 말이 이미 대규모의 앙상블을 의미하고 있지만, 이 단어를 ‘Tiny’라는 말로 수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작곡가인 최정수를 제외한 11명의 아티스트들은 최정수의 진두지휘 아래 이렇게 아이러니하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이들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우선 ‘What If Ellington Didn’t Take The “A” Train?’과 ‘Spain’을 들어보길 권한다. 일찍이 국내에서 스탠더드 레퍼토리를 이런 식으로 해석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이 단순히 악기 편성이 더 많고 복잡해서가 아니라, 매우 과감하게,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곡을 해체하고 재결합해낸 만듦새가 굉장히 뛰어나서이다. 이 두 곡에서 백세현과 표진호가 각각 피처링한 스캣 보컬은 원곡이 가진 뉘앙스를 그대로 이어나가지만, 다른 악기들과 공평하게 지분을 나눠 가지면서 완성도를 더한다.


앨범의 제목인 ‘Tschüss Jazz Era’는 재즈 시대(과연 그런 시기가 최근에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에 고하는 작별 인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정수의 메시지가 재즈와의 결별에 의미를 두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세대의 재즈를 예고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기존 재즈의 어법을 답습하지 않고,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앨범이 가진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오로지 한국 아티스트들로만 구성하여 이런 앨범을 만들어낸 것 역시, 그만큼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런 확신이 실제로 훌륭한 결과물로 이어졌기 때문에 ‘2018 국내 재즈 앨범’으로 많은 필자들의 추천을 받을 수 있었다. 필자 개인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었을 한국 재즈에 대한 아쉬움을, 최정수는 이 앨범을 통해 충분히 덜어주었다. _ 전승훈




8. 이봉울 [My Singing Fingers]


"뛰어난 연주력과 확실한 자기 이야기를 지닌 연주자의 등장"



새로운 연주자에 눈길이 갈 때에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형식, 사운드의 음악을 펼칠 때다. 이것은 사실 기존 연주자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형식적 새로움은 늘 첫인상에 그친다. 결국 스타일에 있어 기존의 전통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은, 익히 알려진 스타일 속에서 새로움을 담아낸 음악이 더 오래 지속된다. 그런데 익숙함이 더 강한 음악으로 감상자를 설득시키기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에 앞선 많은 뛰어난 음악과도 비교될 각오가 필요하니 말이다.


어떤 경우건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무엇을 담았는가? 그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가? 이다. 그 음악적 내용에 따라 신선한 첫인상은 친근한 인상으로 지속될 것이고, 평범한 듯한 사운드는 이내 특별함으로 기억될 것이다.


피아니스트 이봉울의 이번 앨범이 그랬다. 첫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첫 앨범답지 않은 능숙한 연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었다. 여기에는 이번 앨범이 전문 연주자로서 6여 년간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 후에 만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음악만큼이나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경쾌하고 산뜻한 ‘After The Black Dog’에서 강아지를 뒤따라 동네를 산책하는 연주자가 상상되고 부드럽고 우아한 ‘Feminite Du Bois’에서 유명 향수의 달콤한 내음이 그려지는 것이 그 예다.


자신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서정성에만 기대어 연주했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자신의 삶, 일상을 표현한다고 해서 달달한 멜로디와 부드러운 연주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정서에 연주를 희생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또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달달하게, 부드럽게 연주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아닌 감상자를 먼저 의식한 결과일 확률이 크다. SNS의 보정된 사진처럼 말이다. 나이지만 실제의 나와는 다른 사진!


그런데 이봉울은 이러한 위험에 빠지지 않았다. 먼저 작곡에서는 대중적 흡입력이 있는 멜로디를 쓰면서도 섬세한 화성의 운용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앨범에 담긴 곡들은 강물처럼 부드럽게 흐르면서도 그 깊이 또한 느끼게 해주었다.


연주에 있어서도 외국인 동료 연주자와의 긴밀한 호흡 속에 ‘모던 재즈’의 전통을 충실히 수용하고 이를 다시 ‘모던’하게 사용한 바로 지금의 연주를 펼쳤다. 그리고 그 연주는 과한 자기표현이 아닌 달려야 할 때는 달리고 속도를 줄여야 할 때는 줄이는 절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이처럼 음악을 앞에 두었기에 그녀의 내면에서 솟아오른 정서가 곡에 따라 다채롭게 드러날 수 있었다. 그것도 친근하고 신뢰감 있게 말이다. 이렇게 빛나는 연주를 바탕으로 자신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음악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또 그러하리라 확신한다. _ 최규용




9. 마리아킴 & 허성 [I Want To Be Happy]


"두 음성이 하나로 모일 때"



개인적으로 보컬 재즈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로서는 지난 2018년에 이 앨범을 만난 것이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마리아 킴과 허성. 두 보컬리스트의 완벽한 컬래버레이션은 지난 한 해 동안 재즈 팬들의 앤티크한 감성과 분위기를 한껏 무르익게 만들었다. 그리고 ‘2018 재즈 국내 앨범’에 선정된 작품들 중 유일하게 과거와 전통에 기반을 둔 앨범이기도 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본 앨범이 ‘2018 국내 재즈 앨범’에 들 수 있었던 이유를 유심히 생각해봤다. 이들의 뛰어난 연주력도 물론이겠지만 두 보컬리스트가 가진 음성의 이상적인 조화로움이 아마도 매우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다양한 명곡들의 가사를 편안하게 읊조리는 마리아 킴의 보이스는 본 앨범의 콘셉트와 완성도의 매무새를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직접 들려주는 수준 높은 피아노 연주는 타인의 서포트를 받아 노래하는 기존의 보컬리스트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와 상황들을 연출한다. 음악적 색채와 너무나도 잘 묻어나는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피아노 연주 덕분에 본 앨범이 발매되었던 여름이 지난 차가운 한겨울에도 잘 어울린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같은 남성 보컬의 대표적인 멋스러움을 성공적으로 연출해낸 허성은 자신이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마리아 킴의 보이스를 서포트하는 역할에 중점을 둔 플레이가 두 보컬리스트의 조화로움에 접착제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이 앨범에서 들려주는 친밀도는 가벼운 미소를 짓게 할 만큼 흡족하다.


이번 기회로 본 앨범을 다시금 꺼내 들었는데, 대중들의 귀에 친숙한 재즈 스탠더드를 바탕으로 맛있는 스윙을 구사하는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자연스러움의 참맛을 우려내고 있었다. 앨범의 문을 활기차게 여는 ‘I Want To Be Happy’는 빠른 템포 위의 역동적인 김건영의 드러밍과 베이시스트 김대호의 액티브한 베이스 워킹으로 필자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엘라와 루이의 듀엣으로도 유명한 명곡 ‘Cheek To Cheek’은 이들의 새로운 편곡을 통해 긴장감과 스윙감이 풍성해졌고, ‘But Not For Me’의 두 음성이 합쳐진 스캣 솔리, 이와 더불어 즉흥적인 역량을 발휘하며 마무리되는 ‘Time After Time’ 등 이들을 통해 각기각색으로 재탄생한 재즈 넘버들이 서로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 냇 킹 콜과 나탈리 콜의 ‘L-O-V-E’, ‘Route 66’ 등 이들이 곳곳에 심어놓은 오마주가 개인적으로 본 앨범의 크나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정을 통해 지난 2018년의 큰 수확으로 자리매김한 본 앨범은 전통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웰메이드 앨범이다. 다른 이들도 마리아 킴과 허성의 보컬 듀엣 브랜드의 탄생을 공감하는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다. 이러한 보컬 재즈 콘텐츠가 올해는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제는 갈구함으로 바뀌어가는 순간이다. _ 최수진




10. 오재철 스몰 앙상블 [선언]


"작지만 매서운 앙상블"



먼저, 이 5인조 그룹의 팀명을 '스몰 앙상블'이라 지은 점에 대해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본래 '오재철 라지 앙상블'로 유명한 데다, 그의 음악들이 대체로 유기적인 그룹사운드를 지향하기 때문에 '퀸텟'보다는 '앙상블'이라는 이름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이 처음 발매되었을 때 팀명과 타이틀만 보고서도 빅밴드 시절의 오재철 음악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선언]은 정말로 '오재철 라지 앙상블'의 축소판이었다. 어쩌면 완성판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빅밴드의 직선적인 에너지와 끈끈한 화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작보다 한결 섬세해지고 간결해졌으니까 말이다. 섬세해졌다는 말의 의미는 음악을 더욱 자유롭게 표현하게 되었다는 뜻일 테다. 물론 귀를 자극하기에는 빅밴드의 형태가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표현적인 측면이나 음악적인 장치들을 잘 활용하는 오재철의 성향을 생각해본다면, 그가 퀸텟 편성을 준비하여 돌아온 것이 좋은 결과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재즈 앙상블의 매력은 여러 악기의 즉흥연주가 교차하는 지점에 발생하는 강렬한 사운드다. 이러한 부분은 음악을 낯설게 만들기도 하지만, 연주가 늘어지지 않게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중요한 테크닉이다. 얀 가바렉이나 웨인 쇼터 같은 관악기 연주자들 역시 이런 요소들을 좋아했다. 누구나 훌륭한 인터플레이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런 킬링 파트를 아무나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오재철 앙상블은 빅밴드에서의 경험을 잘 녹여 낸 덕분에 화젯거리가 되는 앨범들의 사운드를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다. 날카로운 톤으로 호소력을 더하는 스타일이나 ‘선언’에서 곡을 끝맺는 방식, 그리고 ‘시계추’에서 색소폰, 트럼펫, 피아노의 삼중주 같은 연출은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기억될 것이다.


수록곡들의 곡명과 그 의미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감상법일 테다. 오재철은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음악 곳곳에 심어두었다. 표제작 ‘선언’이 대표적이다. ‘물결’은 바다에 대한 오재철만의 독특한 심상을 느껴볼 수 있는 곡이다. 특히 오재철이 그동안 시간에 관한 아이디어를 천착해오고 있었던 만큼, 이번 앨범에서도 시간을 테마로 한 곡들이 포함되었다. 이처럼 하나의 관념을 중점으로 만든 음악은 굳이 그 메시지를 해석하거나 공감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작자가 주제를 생각하며 구상한 연출 그 자체로 듣는 사람들은 색다른 영감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시계추’에서 킥 드럼의 리듬을 조정한다든가, ‘물결’에서 멜로디를 형상화시키는 등 오재철이 그 방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이 앨범은 마지막 두 트랙을 비교적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곡들로 배치하는 알뜰함까지 겸비했다. 복잡하고 낯설었던 트랙들을 지나서 ‘틈’과 ‘Time Stands Still’이라는 곡을 만나게 되면 따뜻한 차라도 마신 것처럼 머리가 개운해질 것이다. _ 장건우




11. 허소영 [BBB]





12. 안재진 트리오 [서울 사람]





13. 전송이 [Movement Of Lives]





14. 윤석철 트리오 [4월의 D플랫]





15. 웅산 [I’m Alright]





16. 문 [Kiss Me]





17. 서인혜 [The Dreamer]





18. 김오키 [새턴 메디테이션]





19. 최윤화 [영랑시음]





20. 박지하 [Phi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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