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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현재, YG  
제목 [트렌드]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현재, YG   2016-08-15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현재, YG


웨스트코스트 힙합은 흔히 힙합의 황금기라 불린 시절, 뉴욕을 중심으로 한 이스트코스트 힙합과 양대산맥을 이뤘던 주요한 시류였다. 투팍, 닥터 드레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스타들이 탄생했던 것도 이때부터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힙합이 태동한 진원지가 동부였던 만큼 이 시류는 생각보다 꾸준히 유지되지 못했었다. 특히나 본격적으로 힙합이 상업화됐던 2000년대 들어서는 서브 장르로서 가지는 특징이 너무나 확고한 탓에 팝과 연계되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타지 못했었다. 그 결과가 2000년대 중반, 출신 지역과는 무관하게 닥터 드레의 서포트를 받아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귀환’을 타이틀로 데뷔해 큰 인기를 끌었던 피프티 센트, 더 게임이다. 이후에는 동시성이 강조되며 출신은 서부지만, 음악은 굳이 서부에 국한되지 않는 아티스트들이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대표했다. 바로 켄드릭 라마를 필두로 한 블랙 히피였다. 하지만 지역색으로 따지면 지금의 서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는 단연 YG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그는 가장 정석적으로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계승 받은 이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러한 지역색에 입각한 판단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수도 있다. 에이셉 라키가 뉴욕 출신임에도 휴스턴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것처럼 이제는 지역과 음악색의 괴리가 당연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형성된 지역별 음악색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점에서 켄드릭 라마는 냉정하게 말해 자신의 음악 안에서 서부의 것을 담아내는 편이 아니다. 그의 음악에서는 웨스트코스트 스타일을 대변하는 싱코페이트된 드럼 패턴이나 지훵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고음부의 신스, 전진 배치된 피아노 파트를 찾아볼 수 없다. [Good Kid, M.A.A.D City]는 오히려 여전히 트렌디하다고 할 수 있는 트랩이 주효하게 작용한다.


그에 반해 YG는 남부적 색채와 서부적 색채를 적절히 섞은 것을 2013년 발표한 첫 번째 앨범 [My Krazy Life]로 선보였었다. 이에 프로덕션적으로 기반이 된 건 DJ 머스타드를 위시한 미니멀한 사운드의 래칫(Ratchet) 장르였다. 단출한 드럼 라인, 그 위에 쌓이는 몇 개의 피아노 혹은 신스 음으로만 구성되는 메인 파트는 래칫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전까지는 오로지 DJ 머스타드만의 것이었다. YG는 그런 그와 함께하며 ‘My Nigga’ 같은 단체 찬가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Left, Right’ ‘Who Do You Love’ 같은 강렬한 곡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노골적인 예로는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전설적인 그룹 더 독 파운드(Tha Dogg Pound)의 ‘Let's Play House’를 샘플링하고, 뮤직비디오로 당시 서부의 느낌을 재현한 ‘Do It To Ya’가 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YG와 DJ 머스타드의 래칫은 이제 트렌디한 힙합/알앤비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이 됐다. 래칫 스타일을 표방한 크리스 브라운의 ‘Loyal’, 이기 아젤리아의 ‘Fancy’가 대히트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키드 잉크, 티나쉐 등의 수많은 아티스트가 이를 시도했었다(지금은 ‘퓨처’라는 수식어가 붙는 쪽으로 많은 이의 초점이 옮겨간 상태다). 그렇기에 YG가 차기작에서 래칫을 또다시 선택하는 건 어떻게 보면 안전하고 유리하면서도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랬다면 그에게 붙는 앞서 말한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계승자’라는 수식어는 틀린 말이 됐을지도 모른다. YG는 그 대신 웨스트코스트 힙합 본연의 스타일을 자신의 두 번째 앨범 [Still Brazy]에 담아낸다. 래칫을 아예 버렸다는 건 아니다. 다만, 둔중한 베이스를 더 강조하고, 지훵크 특유의 신스를 부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서부의 것을 얕게만 취하지 않고 더 깊게 자신의 음악에 녹여냈다. 이는 지난 앨범에서도 함께한 웨스트코스트 힙합 씬의 신예 프로듀서 테라스 마틴이 주조한 ‘Twist My Fingaz’ ‘Bool, Balm & Bollective’은 물론, ‘She Wish She Was’ ‘Gimmi Got Shot’ 등의 곡에서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반부에 위치한 ‘Word Is Bond’나 드레이크(Drake)와의 또 다른 콜라보 트랙 ‘Why You Always Hatin’과 같은 래칫 넘버에서도 전작보다 다운된 톤의 악기를 활용한다. [My Krazy Life]에서도 그랬지만, 삶을 녹여 만든 스킷으로 각 곡을 연결하여 앨범을 구성하는 방식 역시 과거를 풍미했던 수많은 갱스터 래퍼의 방식과 꽤 많이 닮아 있다.


더 나아가 [Still Brazy]는 서부의 과거를 재현하고, 재구성하여 형태적으로만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니다. YG는 본작을 통해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관통하는 주요한 코드인 갱스터 랩을 선보이며 범죄가 얽힌 자신의 삶을 묘사하고, 또 그것을 정치적인 메시지로까지 이어간다. ‘FDT’ ‘Blacks & Browns’ ‘Police Get Away Wit Murder’가 그렇다. 그 앞에 배치된 지난해 스튜디오에서 당했던 총격 사건을 중심으로 한 ‘Who Shot Me’ ‘Twist My Fingaz’ ‘Still Brazy’와 같은 곡은 이에 토대가 되어준다.


긴밀한 연결점을 마련한 건 아니지만, 그로써 자신을 비롯한 빈민가의 흑인들이 범죄에 자주 노출되고, 사회적 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리고는 앞서 언급한 후반부의 트랙들에서 대권 주자 도널드 트럼프에게 쌍욕을 하고, 치카노인 래퍼 새드 보이의 목소리를 더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논하고, 경찰에 의해 죽은 몇몇 흑인들을 열거한다. 이 부분에서 YG는 논리정연하게 정리한 말보다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내뱉는 연설가처럼 다가온다. 앨범의 시작과 끝을 엄마의 잔소리와 엄마에게 전하는 말로 장식하고, 그 사이를 1인칭 시점에서 갱의 험난하고 방탕한 일과로 채우며 묘사에 집중한 [My Krazy Life]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YG는 “여전히 미쳐 있다”고 이야기하고, 블러드(서부에서 활동하는 갱단으로 붉은색을 상징으로 사용한다) 갱답게 ‘C’ 대신 ‘B’를 꾸준히 사용하면서도 형태적, 내용적, 의미적으로 조금은 다른 두 장의 앨범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상업적인 래퍼로 자리매김하기보다는 좀 더 자신의 출신지에서 태동한 음악의 본질로 파고들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그는 큰 성공을 거둘 순 없을지 몰라도 향후 몇 년간은 웨스트코스트 힙합씬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기억될 것이다. 잘나가는 것만 좇으려 들지 않는 음악가들은 대개 우리 기억에 꽤 오래간 남았었으니까.  




김정원 | 힙합엘이 에디터

힙합엘이, 트웬티스 타임라인, 쇼프, 음악취향y 에디터/컨트리뷰터.

주로 음악에 관해 글과 인터뷰를 기획하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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